카게히나 특별전력 주제 : 너가 없다면 여름 방학이 끝나가는 때부터 카게야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카게야마는 수정된 떨어지는 토스를 연습해 볼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 없지 않았냐? 카게야마는 대답 대신 입술을 쭉 내밀었고 그날부터 둘만의 합숙은 계속되었다. 저녁 연습이 끝나면 서로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 어떤 날은 아무도 없는...
1. 체육관 바닥이 너무 미끄러웠다. “괜찮냐?” 츠키시마는 황급히 코와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다음 주에 있을 실기 수행평가 이전에 농구 드리블과 패스 자율 연습시간이었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야, 피난다!” “너 때문이잖아!” “미안.” 패스를 너무 세게 해 버렸다. 배구의 토스와는 또 달랐다. 농구공은 훨씬 무거웠다. 토스나 리시브를 올릴 때는 머...
히나타를 만나고부터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조금 더 따뜻한 감정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주면 그보다 더 크게 반응해주는 그 모습과 초봄의 햇살이 창가에서 부서지듯이 스며드는 따스한 미소는 그 무엇보다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어두운 밤길을 여는 달빛 같은 미소. 나는 그 미소를 가장 좋아합니다. 잠버릇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잡지 않고 혼자...
1 신주쿠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네모난 몇 개의 테이블과 일행이 모일 수 있게 나눈 플라스틱 벽. 밖이 비치는 얇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왁자하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오늘의 활약상은 살이 붙어 조금씩 커졌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거의 세 시간쯤 선배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주는 중이었다. 몇 주 전부터 이적 시즌으로 여러 선수가 대거 영입되었고 오늘은 실전에...
새벽엔 함박눈이 다녀갔다. 길이 얼어있어 아침 조깅을 갈 수 없었다. 평소보다 일찍 냉장고를 열었다. 큰 냄비가 하나, 작고 네모난 밀폐 용기 몇 개. 탑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맞벌이인 부모님은 두 분이 번갈아 가며 식사 준비를 한다. 어머니는 이틀째 출장이고 아버지의 음식 솜씨는 여전히 들쭉날쭉했지만 카게야마는 군말 없이 있는 것으로도 잘 먹었다. 어...
어둡고 무거운 아침이었다. 카게야마는 두꺼운 암막 커튼을 열었다. 새벽의 옅은 달빛은 유달리 긴 겨울의 칼바람을 막기 위한 감청색의 커튼을 뚫지 못했다. 창밖에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미야기의 한겨울이 떠오르는 온도였다. 두꺼운 창을 뚫지 못하는 차디찬 공기가 안쪽의 온기와 부딪혀 창문에 방울방울 맺혔다. 캐리어를 열어 저번 달 중순에 받은 선물을 ...
어두컴컴하고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찬 공간에서 카게야마는 기분 나쁜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목 뒤와 관자놀이를 따라 또르륵 흐르는 차가운 땀방울. 손바닥이 기분 나쁜 축축함으로 젖어가는 느낌. 괜찮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밖에 나가고 싶다. 손에 닿는 느낌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황스럽고 이상하고. 실수였다. 유일한 빛을 내는 스크린에서는...
1 “맨날 왜 넌 그런 식인데!” “그래서 간다고 했잖아.” “안 가! 너랑은 절대로 안 가!” “그래 가지마! 네 마음대로 해!” 그 말을 끝으로 굉음과 함께 히나타는 집에서 나가버렸다. 츠키시마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 그리고 주먹을 쥔 채 식식대고 있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허여멀건 한 얼굴이 시뻘게져서 떨어진 애꿎은 쿠션을 마구 때리는데, 쿠션이 안...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습기가 가득했다. 바람 대신 눅눅한 공기가 맨 팔을 감쌌다. 자전거 핸들에 달린 고무가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축축했다. 히나타는 삐걱거리는 페달을 밟아 산길을 올랐다. 여름내 버거웠던 이 산길이 요 며칠 달릴만해 졌다. 뿌연 안개가 잔뜩 낀 내리막길을 달렸다. 페달에 올려둔 발을 살짝 떼고 옆으로 벌리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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